팀이 천재를 이긴다, 스티브 잡스가 모델로 삼은 팀

프랑스의 심리학자 막스 링겔만은 1913년, ‘줄다리기 실험’을 했습니다. 그는 이 실험에서 사람수에 따라 줄을 잡아당기는 힘이 얼마나 증가하는지 측정했습니다. 이론적으로, 한 명이 잡아당기는 힘이 50kg이었다면, 두 명이 잡아당기는 힘은 100kg, 열 명이 잡아당기는 힘은 500kg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실험 결과는 달랐습니다. 한 명이 잡아당기는 힘은 평균적으로 63kg이었지만, 세 명은 160kg, 여덟 명은 248kg이었습니다. 사람수가 증가함에 따라 한 명이 잡아당기는 힘의 평균은 계속 줄어들었습니다. 흔히 알고 있는 ‘방관자 효과’와 비슷합니다. 팀의 규모가 커지면 무임승차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성과의 총량은 늘어나지만, 효율은 떨어질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시작부터 뜬금 없이 웬 실험 이야기냐구요? 오늘 할 얘기는 팀에 관한 얘기입니다.

팀이 천재를 이긴다, 잡스가 모델로 삼은 팀

저자는 기업이 신제품 개발, 시장 분석, 마케팅, 세일즈 전략 등에 엄청난 돈을 쓰지만, 팀을 과학적으로 조직하는 데 큰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비판합니다. 위대한 팀은 우연히 조직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또,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는 기업과, 빠른 변화에 민첩하게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의 차이는 구성원을 어떻게 조직해 협업하게 만드느냐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여기서 ‘팀’이라고 해서 회사의 팀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꼭 직장인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어떤 곳이든 하나 이상의 팀에 속해 있습니다. 학교, 학원, 가족, 종교단체, 동호회 등 회사 외에도 다양한 팀이 존재합니다. 저자는 이러한 팀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책의 내용을 모두 옮기기는 어려울 것 같고 이 책을 읽으며 제 편견과 선입견이 깨진 부분이 있습니다. 그 내용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합니다.

잡스가 모델로 삼은 팀 비틀즈

스티브 잡스의 모델, 비틀즈

언론에서 스티브 잡스를 ‘고독한 영웅’으로 묘사하곤 합니다. 하지만 잡스도 과연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했을까요? 미국 CBS방송사의 시사 프로그램에서 그는 자신의 모델이 비틀즈라고 말합니다. 비틀즈의 멤버를 따로 떼어놓고 보면, 당시에 그들보다 뛰어난 솔로 아티스트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며 최고의 하모니를 보여주었습니다. 개인의 총합보다 팀 전체의 시너지가 더 큰 것입니다. 결국 비즈니스 성과 또한 한 사람이 아니라 팀이어야 이룰 수 있는 것이 많다고 그는 말합니다. 언론이 말하는 것과 잡스의 생각은 좀 다른 것 같네요.

실제로 잡스는 잘못된 파트너를 만나는 순간 구렁텅이에 빠지기도 했지만, 좋은 파트너 혹은 팀과 일했을 때는 상상을 초월하는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그는 매너와 협동심을 겸비한 직원들과는 너무도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사실 이들에게 상당히 의존했습니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 팀은 의외로 잡스를 옭아매거나 통제하기보다, 그가 천재성을 마음껏 발휘하고 애플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성격이 완전히 다른 사람을 만난 것이 오히려 득이 된 것입니다. 이는 두 번째 이야기와도 연결 됩니다.

다양성을 갖춘 팀

다양성을 갖춘 팀은 어떤 팀일까?

잡스가 천재성을 발휘했던 팀 구성원들은 잡스와는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갖고 있었습니다. 흔히들 생각하기에 비슷한 성격의 사람들로 구성된 팀이 성과가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기업에서도 성별의 다양성(gender diversity)만을 추구합니다. 저자는 이 두 가지가 모두 틀렸다고 주장합니다. 미시간 대학교의 스콧 페이지는 ‘인지적 다양성’을 위해 필요한 것이 세 가지 있다고 주장합니다. 훈련, 경험, 유전자가 그것입니다. 그리고 이 중 유전자는 그리 큰 영향이 없고 훈련과 경험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유전자는 성별, 나이, 인종 등을 말하고 훈련과 경험은 그 사람의 문화적 배경, 경험에서 나온 지식, 관점, 해석 등을 말합니다. 즉, 다양성을 추구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 남녀 성비만을 맞춘다면 다양성 측면에서 효과가 별로 좋지 못할 것입니다. 앞서 유전자가 성별, 나이, 인종을 말한다고 했습니다. 예를 한 가지 들어보겠습니다.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인은 한국식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을까요? 아니면 미국식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을까요? 당연히 미국식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팀에 이 사람을 뽑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일 것입니다. 성별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여자라 하더라도 자라온 환경에 따라 사고방식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즉, 겉으론 다르게 보여도 사고방식은 비슷할 수 있기 때문에 ‘인지적 다양성’을 위해 성별, 나이, 인종에 따라 팀을 구성하는 일은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가족같이 일할 사람 구합니다

‘가족같이 일하실 분 구합니다.’ 꼭 사이가 좋아야만 팀이 성공할까?

‘가족같이 일하실 분 구합니다.’ 구인광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말입니다. 제가 갖고 있던 한 가지 편견은, ‘사이가 좋은 팀이 성과도 좋다’는 것입니다. 비단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이 명제에 공감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에서 회식도 업무에 연장이라고 하는 것이겠죠. 비공식적인 모임이 업무에까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저자는 여러 사례를 들며 이것이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라 말합니다. 그가 제시한 사례들을 보면, 사이가 나빴지만, 위대한 업적을 이룬 팀은 굉장히 많습니다.

혹시 팅커, 에버스, 첸스라는 야구 선수들을 아시나요? 이 세 명은 각각 유격수, 2루수, 1루수였습니다. 이 트리오는 최초로 병살 플레이를 성공시켰고 이후로도 뛰어난 플레이를 통해 팀이 네 번이나 페넌트 레이스에 진출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미국에는 “팅커에서 에버스, 에버스에서 첸스”라는 문장이 상징적 구절로 남아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팅커와 에버스는 사이가 좋지 못했습니다. 사이가 좋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서로 증오하는 사이였습니다. 1905년에는 경기장에서 서로 주먹질을 했고 그로부터 33년 후, 라디오에 출연할 때까지 서로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즉, 이 트로이가 함께 프로 생활을 한 기간 중 절반을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조차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수비 팀워크를 발휘했던 것입니다. 저자는 이것이 팀의 핵심이라고 말합니다. 서로 사이가 좋지 않더라도 팀원이 각자 맡은 바를 최고 수준으로 해낼 때, 팀의 성과가 완성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비단 스포츠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분야에 상관 없이 적용되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사이가 좋지 않은 팀이 모두 성공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사이가 좋지 않더라도 각자 맡은 바를 다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죠. 팀의 성공의 핵심은 ‘가족 같은 분위기’가 아니라 각자의 역할을 다하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이 모든 조직에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공무원 조직과 벤쳐기업의 팀은 존재 목적이나 구성원이 많이 다를 테니까요. 하지만 이 책은 팀을 어떻게 구성하고 관리할지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통찰을 제공합니다. 행여 내가 속한 조직에 딱 맞는 사례를 제시하고 있지 않더라도 다른 사례를 통해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어떤 조직의 리더이시거나, 인사담당자이시거나 팀에 대해 고민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팀이 천재를 이긴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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